부정경쟁방지법 총정리

경쟁사가 우리 제품을 똑같이 베껴 판다면?

by 사장님 법률극장

4화. 사업할 때 꼭 알아야 할 부정경쟁방지법 A to Z

S#1. 오늘의 사건

직접 디자인한 옷을 온라인에서 판매하고 있는 김비바입니다. 처음 시작했을 땐 인지도가 없어 어려웠는데, 이제 제법 ‘김비바’가 디자인한 제품이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몇 년을 수정해 만든 원피스는 ‘김비바’ 쇼핑몰의 시그니처가 되기도 했고요. 

어느 날부터 제가 만든 원피스와 유사한 제품을 타사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걸 발견했습니다. 바로 업체에 연락을 했는데, 본인들은 인터넷에 떠도는 이미지를 참고해 제작을 했을 뿐이라고 합니다. 오히려 원피스 도안의 권리를 주장할 근거를 묻더라고요. 

아직 제가 디자인권 등을 출원하거나 등록한 적이 없지만, 그들이 팔고 있던 원피스는 분명 제가 피땀 흘려 만들고 개선하고 홍보한 것이었습니다. 

설상가상 원래 제품 협업을 논의하던 큰 기업이 있었는데, 제가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몇 주 뒤 협업 제안을 철회했습니다. 곧 그 기업에서도 제가 아이디어를 낸 제품들을 판매하기 시작했고요. 

제품 무단 도용, 아이디어만 가져가고 계약을 나 몰라라 한 대기업에 대해 권리침해 주장을 할 수 있을까요? 

S#2. 사장님 고민 

Q. 제품 디자인이나 도안을 무단으로 도용한 경우 보호받을 수 있나요? Q. 계약 체결 과정 등에서 경제적 가치가 있는 아이디어나 정보를 뺏긴 경우 권리 침해를 주장할 수 있나요? 

S#3. 사건의 핵심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2가지입니다.  

사건담당 – 백경태 변호사 지식재산권법 전문

첫째, 제품의 모양이나 도안을 무단으로 도용한 것은 부정경쟁행위인지  둘째, 계약 체결 과정에서 제공한 아이디어를 도용한 것은 부정경쟁행위인지 

1. 부정경쟁방지법 

많은 분들이 ‘특허’, ‘상표’, ‘저작권’ 개념에 익숙해졌는데요. 모든 제품이나 아이디어가 특허권, 상표권, 저작권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특허권, 상표권, 저작권으로 아이디어나 제품이 보호받을 수 없을 땐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약칭 부정경쟁방지법)”로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타인의 아이디어나 제품을 무단으로 훔쳐 경제적 이익을 취하는 행위를 법에서는 부정한 경쟁행위, 즉 부정경쟁행위로 규정합니다. 따라서 부정경쟁행위는 경우에 따라 형사처벌 혹은 손해배상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2. 제품 모양이나 도안을 무단 도용하면 부정경쟁행위일까?

답은 ‘그렇다’입니다. 부정경쟁방지법은 11개의 부정경쟁행위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품 모양을 도용하는 경우도 부정경쟁행위로 정의되고 있고요.

실제 특허청과 법원의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이처럼 누군가 열심히 개발한 상품을 소비자 눈에도 거의 동일해 보일 만큼 베껴 불공정한 경쟁을 하고, 부당한 경제적 이익을 얻지 못하게 하는 것이 부정경쟁방지법의 취지입니다. 

✅ 선행상품의 외관이 소비자들도 ‘특정 상품’이라고 인식할 수 있을 만큼 형태적으로 특이성이 있어야 합니다. 상품 특성상 그럴 수밖에 없는 외관이나, 흔한 외관의 경우 특이성을 인정받을 수 없습니다.

이를테면 벌집채꿀을 아이스크림에 얹은 상품은 부정경쟁방지법으로 보호받지 못했습니다. 매장 직원이 주문을 받아 즉석으로 제조, 판매하는 방식의 특성상 개별 제품마다 상품 형태가 달라져 항상 일정한 모양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대법원 2016.10.27 선고 2015 다 240454 판결)

✅ 부정경쟁방지법은 ‘기한 제한’이 있습니다. 무한정 상품의 형태를 보호해 줄 수 없기 때문인데요. 시제품 제작 등 상품 형태가 갖춰진 날로부터 3년이 지난 제품을 모방하는 경우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하지 않아요. 

3. 아이디어를 무단으로 탈취하면 부정경쟁행위일까?

최근 부정경쟁방지법은 부당하게 타인의 아이디어를 도용하는 행위 또한 부당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고 있습니다. 

치킨 프랜차이즈 BBQ의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BBQ의 기존 광고대행사는 신제품의 이름을 제안했고, 이에 맞춰 최종 광고 콘티를 BBQ에 제출했습니다. 하지만 BBQ는 기존 광고대행사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다른 광고사를 통해 유사 광고를 만들어 반영했습니다.

대법원에서는 거래 과정에서 구체적인 내용과 아이디어 제공이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이에 대한 정당한 대가의 지급 여부를 고려해 BBQ가 부정경쟁행위를 했다고 인정했습니다. 기존 광고대행사가 제안한 제품명 또한 BBQ가 사용할 수 없도록 판결했고요. (대법원 2020.7.23. 선고 2020 다 220607 판결) 

S#4. 사건의 결론 

원피스의 디자인을 도용당하고, 대기업과 협상 과정에서 아이디어를 뺏긴 김비바 사장님은 부정경쟁법을 근거로 문제를 해결해 볼 수 있습니다. 

부정경쟁방지법 제4조에 따라 부정경쟁행위의 금지를 청구할 수 있고, 제5조에 따라 김비바 사장님이 입은 손해 배상을 민사소송으로 청구할 수도 있습니다. 

부정경쟁방지법 상품도용 행위 처벌  무단 도용한 업체의 부정행위가 인정되면 해당 업체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부정경쟁방지법 제18조 제3항 제1호) 

이번 사건에서 김비바 사장님은 3가지 방법으로 문제를 풀어볼 수 있습니다. 

첫째, 두 업체에 바로 민사소송을 제기한다. 둘째, 상품 모방 업체는 관할 수사기관에 형사고소한다. 셋째, 본격적인 법적 절차를 진행하기 전 공문이나 내용증명을 발송해 합의한다. 

김비바 사장님의 사례를 통해 사장님이 꼭 기억해 둘 것이 있습니다. 바로 상표권, 저작권, 특허권의 보호가 아니더라도 다른 방법을 통해 사장님의 권리를 지킬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사장님 법률노트

✔️ 다른 사람의 상품을 베껴 제작하고 판매하는 행위는 부정경쟁방지법상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 ✔️ 거래 과정에서 타인의 아이디어를 무단으로 훔치고 이용하는 행위 또한 부정경쟁방지법상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 ✔️ 아이디어나 상품이 저작권과 특허권에 보호받지 못해도, 부정경쟁방지법에 의해 보호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Writer 백경태 

대한변호사협회 공인 지식재산권법 전문 변호사. 한국저작권위원회를 거쳐 현재 법무법인(유한)신원 엔터테인먼트팀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 분쟁 조정인, 한국저작권위원회 산업현장지원단, 그 외 스타트업 및 영화, 드라마, 게임, IT관련 기업의 고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dit 공다솜 Graphic 이은호, 조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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